혹시 경연합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본인의 경우에는 신약스타 D, 배틀 드럭 로얄 시리즈 등등, 머릿속을 스치는 합작만 족히 10가지는 넘는다. 조금은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가 처음으로 참여한 경연합작은 '드럭스타 D' 였는데, 벌써 마무리된지 4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 이후로도 정말 많은 경연합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덕에 처음 시작한 경연합작부터 지금 참여한 합작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몇개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합성에 줄곧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해온 사람이라면, 본인이나 주변인들이 경연합작에 참여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경연합작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었고, 참여하는 것일까? 내 경험을 토대로, 약간은 속물적인 관점으로 솔직하게, 몇 자 적어보겠다.
1. 친목 도모
정말 개인적으로 친한 합성러 지인들이 있다고 한들, 그 사람들과 함께 다같이 작품 몇개를 연달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본인과 거의 동시기에 시작했고, 연락도 정말 자주 주고받는 합성러 한 분이 계시는데, 거의 매일 통화도 하고, 게임도 같이 하는 등 정말 친한 사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도 둘이 같이 제작한 작품은 달랑 세개가 전부다. 그마저도 17년, 19년 작품이고.
'밥 한번 먹자' 라는 의도치 않은 거짓말과 같이, 같이 작품 하나 내자는 말은 서로 합작에 치이며 잊혀지고, 미뤄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사람과 친하기는 친한데, 막상 같이 작업은 못해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지인과의 작업에 대한 갈증이 일어나고, 나는 이를 해결해주는 도구가 경연합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연합작은 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특징이 위에서 설명했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다. 합작의 틀 안에서, 구상 및 제작을 평소 친했던 지인과 하는 것은 여타 다른 합작들보다도 좋은 경험을 제공해준다. 팀을 맺어서 경쟁한다는 특징 하나로 경연합작은 여럿이서 함께 작업하는 합작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과 진행하는 개인작의 장점을 동시에 담게 되는 것이다.
2. 보다 직접적인 경쟁과 눈으로 보여지는 결과.
메들리 형태의 합작에서든, 단일곡 형태의 합작에서든 우리는 간접적으로 경쟁을 느낀다. 어떤 합작의 이름을 댔을 때, 자신의 파트를 제일 먼저 떠올려 주는 것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간접적인 형태로 합작 내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상에 남는 파트를 만들기 위해, 보다 양질의 작품을 만드려고 노력하며 경쟁한다. 그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들인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 더욱 발전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이 경쟁을 좀 더 직접적으로 옮겨온 합작이 바로 경연합작이다. 서로 맞붙어 승패를 가리기도 하고,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하는 등, 보다 명확하게 경쟁의 형태를 띄고 있다. 즉, 댓글창에서 가볍게 얘기하는 '이 파트가 제일 좋았어요' 를 투표를 거치며 순위, 승패로 각 작품마다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여타 다른 합작에서 간접적으로 겪어왔던 경쟁을 극대화한다.
누군가의 위에 있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하고, 그를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을 한다. 합성이라는 문화를 향유하는 우리들은 그런 직접적인 경쟁, 속되게 말해서 '내가 쟤보다 잘해' 라는 생각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을 합성계 내에서도 원해왔고, 그 욕구가 경연합작의 등장과 맞물려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경연합작에 참가한게 아닐까?
3. 공모전의 형태
일반적인 합작의 경우에는, 파트 한개당 20초, 길어도 50초 정도의 분량으로 보통은 1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는 짧게짧게 작품 한 개를 뽑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최소 1분 30초 이상, 흐름을 길게 가져가는 개인작을 제작하는 것과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합작을 잡지 않고 개인작만 하겠다고 선언하는 합성러들이 왜 많아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말만 그렇게 하고 다시 합작 잡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러나 경연합작에서는, 개인작과 같이 분량이 긴 작품을 합작이라는 틀 내에서 제작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이 정도의 개인작을 뽑을 수 있다' 고 경연합작의 인지도를 이용해 홍보가 가능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조회수, 보다 많은 관심이 보장된 환경에서, 정해진 마감일 내에 작품을 내야하니, 우리에게는 본인이 평소에 구상하던 개인작들을 내볼 좋은 기회로 비춰진다. 위에서 언급한 경쟁의 재미를 제외하더라도, 보다 많은 관심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본인이 구상했던 개인작을 내는 것은 큰 메리트가 있다.
종합
지금은 경연합작이 등장한지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이 빛을 바래며, 점점 경연합작을 주최하거나, 경연합작을 참여하는 합성러들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몇몇 경연합작에서는 관리자들의 태도, 형평성 등이 문제가 된 적도 있고, 그런 이유들로 인해 경연합작 자체를 싫어하는 합성러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식사를 하며 밥만 먹을 수는 없듯, 일반적인 메들리, 단일곡 형태의 합작만 하며 합성을 즐기기에는 경연합작이 가진 장점들도 무시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형 경연 합작, 배틀 드럭 로얄 시리즈의 막이 내렸다. 앞으로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경연합작이 자주 등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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