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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칼럼

당신이 합성을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이유

합성을 2017년 10월 9일에 시작했으니, 한국식 나이로 따지면 올해로 합성을 시작한지 6년차가 되었다. 사실 어느 곳이던 오래 있다보면 이래저래 별 일 다 겪는게 순리라지만, 모두가 하고있는 일에 만족한다면 '너네는 이런거 하지 마라' 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과연 생겼겠는가. 당신이 합성에 재미를 느끼고, 아직 열정을 가지고 하고있다면, 지금부터 적는 얘기는 그냥 애매하게 오래 머문 어중간한 사람의 볼멘소리 정도로 여겨주길 바라며, 몇 자 적어본다.


1. 합성이라는 문화의 마이너함.
방탄소년단 뷔가 메이플을 한다고 해서 메이플이 세계적인 메이저 게임은 아니잖아요 

 

 

합성이라는 문화를 갓 접한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문단이다.

 

몇몇 합성러들이 유명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합성이라는 문화 자체가 메이저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는 2000년대의 합성 필수요소 갤러리 (이하 합필갤)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보여지는데, 그 당시 작품 몇 개가 이름을 떨쳤다고 한들 합필갤 전반적으로 쓰인 정치 소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었다.

 

이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이다. 유행하는 웹 예능이나 밈 등을 활용한 합성물이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재들은 합성러 전반이 사용해왔고, 사용하는 소재들과는 거리가 있다. 소위 말하는 '인싸합성' 이라는 단어가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소비하는 합성과 일반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합성은 이름만 공유할 뿐, 결이 다르다. 마이너한 장르는 아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자연스레 인정받기도 애매한 장르가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큰 물에서 놀아주세요." 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2. 셀프 열정페이, 쌓이지 않는 경력
당신이 열심히 만든 개인작 혹은 합작 단품은 과연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본인은 부업으로 아마추어 가수들의 가사를 자막으로 삽입한 영상을 만들어주고, 돈을 받는 커미션을 가끔씩 진행한다. 나름 성취감도 있는것이, 돈도 꽤 짭짤하게 벌린다. 커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신청하는 사람들이 항상 요구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포트폴리오, 즉 그 동안 무슨 영상을 만들어 왔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포트폴리오에 합성물을 삽입할 수 있을까? 우리가 떳떳하게 생각하며 삽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합성물은 일반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영상물일까? 일반적인 경우,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현실의 지인들에게도 보여주기 애매한 경우이기 일쑤인데, 우리가 떳떳하게 포트폴리오에 삽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에 참여했던 합심일체 2021의 단품.

 

최근 본인이 참여한 합작, "합심일체 2021" 로 예를 들어보겠다. 파트 세 개 정도를 담당하였는데, 위 파트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소비했고, 프로젝트 파일과 삽입된 이미지, 동영상, 모델링 파일 등을 다 정리해보니 총 8.7GB 정도가 나왔다.

 

합심일체 2021의 프로젝트 파일 용량.
커미션 파일의 용량. 합심일체 파일의 800분의 1 수준이다.

프로젝트 파일의 용량만이 들인 노력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겠다만, 위에서 언급한 커미션 영상의 파일은 20MB도 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커미션 영상에 들인 노력은 나에게 5만원이라는 돈을 남겼고, 합심일체 파트는 그저 나에게 허리 건강의 악화와 빈 몬스터 두 캔만을 남겼다. 약간의 무력감과 함께. 

 

물론 우리가 좋아서 만든 영상물이고, 우리의 선택에 의해 이뤄진 일이지만, 합성이라는 활동이 당신의 경력에서 하등 쓸모없는 활동이라는것은 단언할 수 있다.

 

3. 일부 이용자들의 지나치게 높은 공격성
님들하고 다르게 하면, 개지랄하잖아요. 아주 그냥 눈 뒤집어 까가지고...

아주 입에 개거품물고..

한국 합성의 뿌리는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는 드럭스토어, 티비플 등등 여러 장소를 거쳐오긴 했지만, 2000년대의 DC, 더 자세히는 합성 필수요소 갤러리일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합필갤이 망한지 몇 년이 흘렀기에, 드럭스토어나 다른 유입 경로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합필갤 시절을 계승하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그런 사람들 중 일부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본인들만의 기준이 분명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가차없이 공격적인 말투를 보인다는 것이다.

 

본인이 계승하고자 하는 뿌리가 디씨라는것은 애초부터 다른 커뮤니티의 유저들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하는데,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가 과하게 솔직한 언행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친목 소재 등 본인들의 기준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재들이 등장하면 굉장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합성에 소비한다. 그에 합당한 가치를 받는것도 아닌, 그저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그런 노력을 쏟는다. 그럼에도, 당신이 열심히 해서 낸 작품의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합성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것이다.

 


농담입니다~! / 그냥 스탠딩 코미디 하신거에요~

써놓고 보니 '그럼 넌 그런걸 왜 아직까지 잡고 있나?' 싶을만한 글을 적어놨구나 싶다만, 그만큼 합성에 애정을 가지고 붙어있다보니 느껴진 극히 일부의 단점들이고 그만큼 좋은 점도 많다. 난 아직 합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이 글은 단지 '이런 아쉬운 점이 있다' 는 것을 '합성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

 

누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냥 재밌다 싶으면 계속 하고, 재미 없으면 관두면 되는거 아니겠는가?